2013/07/09

세상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

옛말에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그만큼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는 이야기겠지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만들어 놓은 것들이 얼마나 쉽게 되돌려지는지를 보면서 세상이 좋아지는 것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가지 기억나는 사례들

첫번째 사례.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생산한느 제품군을 완전히 바꾼 일이 있었다. 기본적인 생산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생산하는 제품군만 달라지는 것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제품 전환에 따른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준비하고 시스템을 보완하는 일들을 굉장히 많이 했지만, 실제로 그런 것들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4~5년이 걸린 다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제품 전환의 성공 시점은 어느날 생산쪽 사람이 이 제품 오늘 넘기지 않아도 되니 품질을 더 확인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었다.

두번째 사례.

나는 꼽사리다에서 소개하던 사례. 70~80년대 강남의 땅값이 마구 올라가던 시절에 시골 출신의 고위 공무원들은 어린 시절부터 땅이 없어서 소작하던 사람들의 경험때문인지 고향의 땅을 사는 것을 좋아했고, 강남의 땅값이 올라가는 것을 십여년 보고난 다음에야 그런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사람들이 집을 구매하면 그때부터 점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거의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세번째 사례.

정연주 KBS 사장은 어느 인터뷰에서 그 당시에 굉장히 공정한 편이라고 보였던 KBS와 MBC 내부에 그런 사장에게 눌려있지만 기회만 되면 반동으로 돌아갈 구 세력이 90%, 70% 였다는 말을 했다. 공정한 방송이란 것에 공감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였는데, 엠비시절에 단 몇년만에 양측 방송사가 얼마나 퇴행하고 있는지를 보면 내부 직원들의 생각이 얼마나 안달라지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지.

네번째 사례.

짧게 잡아도 72년 유신부터 87년까지 15년 이상 누적된 것이 폭발하여 87년 체제가 만들어졌고, 결국 김대중/노무현의 10년으로 연결된 것이겠다. 87년부터 97년까지의 과도기를 거쳐 97년~2007년까지 10년을 거치는 동안 흔히 이야기하는 87년의 동력이 소진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고, 87년 폭발한 것이 그후 20년의 변화의 밑거름이었다.

결론

세상이 좋아진다 또는 달라진다는 것은 굉장히 소극적인 다수의 사람들의 생각이 오랜시간 누적되어 달라져야 하는 것일텐데, 과연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느끼는 불만들은 얼마나 더 누적이되야 새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으로 폭발할 수 있을까?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은 부류의 사람들로 분화되어 서로의 입장들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과연 87년 체제처럼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생길 수 있을까?

결국 첫번째 경험처럼, 한 회사에서도 4~5년동안 꾸준히 한 방향으로 가려는 노력을 하고 나서야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그런 강제가 있을 수 없는 국가 단위에서는 적어도 20년 정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수정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